나는 인스타그램을 좋아한다. 솔직히 현 시대에 가장 접근성 좋은 창의적 표현의 수단이다. 바로 그래서, 누군가를 알아갈 때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처음 보는 순간이 아주 즐거운 단계가 된다. 특히 현실에서는 내성적인 스타일인데 인스타그램에서의 자아는 되게 대담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자기 개성도 스타일리시할 때 그 반전매력이란! (이 문장을 쓰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두 사람 있다.)
내가 말하는 ‘인스타그램에서의 자아’는 – 정말 그 사람의 인스타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 계정 @핸들. 프사. 바이오. 보통 피드를 올리는지 스토리를 올리는지? 피드에는 뭐가 있는지? 아 이 사람은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와 여행을 진짜 많이 다녔네. 스토리는 주로 뭘 올리는지? 요리를 잘 하는구나. 옷 입는 스타일 좋은데? 웃긴 밈을 엄청 공유하네. 밈… 이걸로 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어떤 사람의 유머 코드는 그 사람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생각. 그 사람이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부터 도덕적 지능과 공감 능력까지도!
그리고 그 사람의 감성, 아주 중요한 감성. 사진 덤프 올릴 때 어떤 사진들을 올리는지? 캡션은 뭘 쓰는지(개인적으로 재치있는 원라이너를 좋아한다)? 스토리를 올릴 때 폰트는 어떤 걸 쓰는지(쓰면서 생각하니 디테일을 꽤 중시하는 편)?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하는 건데 – 내가 주기적으로 스몰 토크를 나누는 지인 A보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인스타그램으로만 팔로우하는 해외 가수 C를 나는 더 잘 알지 않을까? 나는 C가 평소 찍는 사진, 입는 옷, 강아지, 남자 친구, 좋아하는 브랜드, 그리고 어떤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쓰다 보니 이건 한국인과 외국인의 SNS에 쉐어하는 바운더리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리 모두 내가 내 친구만큼 잘 안다고 느껴지는 연예인/유투버/인플루언서가 하나씩 있을 거라는 생각.
끝맺음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보기 전까지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나?
img source: http://exhibitioninquisition.wordpress.com/2013/01/24/warhol-polaroid-portraits-at-chris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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