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코미디, #첩보물, #로맨스, #드라마, #SF 이 다섯 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볼만한 영화는 너~무 많기 때문에 영화를 고를 때 나는 되도록이면 좋아하는 장르가 2개 이상 해당되는 영화를 고르려고 한다. 예를 들면
- 코미디+첩보물 = Spy(스파이)
- 로맨스+SF = Her(그녀)
- 코미디+드라마 = Bridesmaids(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오늘은, 코미디+첩보물 장르의 영화를 봤다. 그냥 스파이 아니고… 나를 차버린 스파이.
밀라 쿠니스, 케이트 맥키넌은 사랑입니다
드디어 <나를 차버린 스파이(The Spy Who Dumped Me)> 봤다. 유투브에 프로모션으로 둘이 같이 영상 찍은게 올라올 때마다 항상 이거 봐야지 봐야지 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두 주연 배우의 조합인게 컸다. 밀라 쿠니스에다가 케이트 맥키넌? 게다가 SNL에서만 볼 수 있었던 케이트 맥키넌의 첫 정극 주연!
그렇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느냐는 나한테 꽤 중요한 영화 고르는 기준이다.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제목으로 봐서 스파이의 여자친구 이야기이고, 예고편을 보면 일반인이 스파이 사건에 말려들어가는 내용인데… 배우 때문에 관심이 갔지 엄청 끌리는 스토리는 아니었다(후술).
코미디 영화는 역시 코미디언이 있어야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우한테 기대를 엄청 하면서 관람을 시작했다.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보고 리뷰 찾아보니 케이트 맥키넌이 너무 웃기려고 ‘too much’했다는 비평도 있던데 케이트가 그정도 해서 코미디 장르 이름을 달 수 있지 않았을까? SNL 짬밥이 있어서 역시 재미있었다. 물론 또 다른 코미디언이 활약하긴 했다. 바로 하산 미나즈!
ㅋㅋㅋ나오는줄 모르고 있었어서 기분좋은 서프라이즈였다. 잘난척하는 하버드생 롤도 너무 찰떡이고ㅋㅋㅋㅋ 하산 미나즈는 최근에 넷플릭스로 스탠딩 쇼 보고 내가 찜해 놓은 미국 코미디 기대주!
아참, 또 인상 깊던 배우는 악당 역의 이반나 사흐노…
악당의 액션이 너무 약하고 체조선수 악당이라니 이 무슨 상황이냐~ 하는 비평도 있던데 볼 때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의 레아 세이두만큼이나 인상깊은 악당이었다. 왜냐면, 진짜로 너무 무서웠다ㅋㅋㅋㅋㅋ 눈썹은 왜 없는건데…..
그리고 처음 보는 배우라서 끝나고 찾아보니 나랑 동갑이었다! 열일하는 전세계 97년생들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첩보물=엘리트 공식은 깨진 지 오래
예고편까지 보고, 영화 보기 전까지 나는 스토리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다. 일반인이 스파이 역할을 맡게 되니 그 천방지축을 가지고 코미디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떠오르는 영화는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 이 또한 스파이가 아니었던 여성이 스파이 롤을 맡게 되는 액션 코미디. 어, 그러고 보니 스파이와 러브라인이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나를 차버린 스파이>가 더 새롭다고 평가받는 지점은 주인공이 좀 더 공감 가능(relatable)하다는 것이다. 기존 여성 첩보물을 봤을 때 <스파이>의 주인공 멜리사 맥카시는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운 아줌마 스파이였고, <아토믹 블론드>의 샤를리즈 테론은 지나치게 완벽한 인간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두 20대가 주인공이다.
“To swing the pendulum away from trope of the wedding-obsessed woman, we push it so far in the other direction that they’re not allowed to be flawed at all or have any vulnerabilities, and I hate that,” Fogel said in a recent interview with IndieWire. “I think it’s dangerous to create this idealized woman trope in the other direction, too. Also, it’s comedy! It wouldn’t be funny if they were just good at stuff!”
“결혼에 집착하는 여성에서 멀어지기 위해 한치의 결함도 없는 여성으로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싫었고, 그렇게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들어 내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건 코미디다! 주인공이 너무 잘해내면 재미가 없다!”[efn_note]source: https://www.indiewire.com/2018/08/the-spy-who-dumped-me-feminist-women-susanna-fogel-1201990310/[/efn_note]
밸런스를 중시했다는 감독의 이야기처럼, 확실히 이렇게 일반인의 첩보물은 캐릭터 설정 자체 부터가 어렵다. 제이슨 본처럼 인간 능력치를 넘어선 존재를 만들거나, 멜리사 맥카시처럼 완전히 망가져서 코미디를 선사하는 것이 아닌 그 ‘중간’을 찾는 일.
또 하나 이 영화가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내건 부분는 주인공이 두 명이라는 점, 그리고 둘 사이의 우정이다. 기존 영화보다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 주제가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그 분량이 좀 짧았지만.
정리하자면, 처음에는 내용에 큰 기대가 없었지만 곰곰이 뜯어보니 다양한 색다른 시도가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고민의 흔적이 있는 설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근데 그게 문제다.
어쨌든 관객들이 보는건 백엔드가 아니라 프론트엔드… 곰곰이 뜯어보고 분석하기 전에 그 자체로 신선함! 참신함!을 느낄 수 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코믹함은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에 비하면 약했다. 킬링타임으로는 좋지만 반복해서 보고 싶지는 않다. 장르의 특성 아니냐고? <스파이>는 반복해서 볼 수 있다.
영화는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다. 하지만 분명 더 탄탄하고 더 웃길 수 있었다. 밀라 쿠니스와 케이트 맥키넌의 케미는 분명히 좋다.
밀라 쿠니스+케이트 맥키넌 인터뷰 영상 엄청 보고 있는데 다 너무 재밌다. 위의 구글 토크가 제일 재미있었다. 둘은 영화 보기도 전에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는데 지금 이렇게 친해졌다니! 밀라 쿠니스는 케이트 맥키넌 캐스팅 보고 영화에 사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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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처음 보는 영화를 무자막으로 보는 걸 시도해 봤는데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영어 실력이 완전해지는 것 같아 기쁘다.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딱 두 글을 참고했는데, 하나는 잔혹한 비평이고 또 하나는 찬사글이다(Sponsored긴 하지만). 두 개 다 영화의 포인트를 잘 짚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근데 비평이 정. 말. 잔인하다(제목부터…).
Weak CIA spoof ‘The Spy Who Dumped Me’ runs counter to intelligence
허술한 CIA 패러디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지성을 거스른다
‘The Spy Who Dumped Me’: Feminism Means Leading Ladies Are Allowed to Be Flawed Women
‘나를 차버린 스파이’: 페미니즘은 여성 주연이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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