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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하이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ATBILB)>

오랜만에 하이틴을 다시 찾았다

드디어 공전의 히트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봤다! 거의 반년동안 하이틴 장르를 보고싶은 무드가 좀처럼 오지 않아서… 오늘에서야 봤다. 물론 재밌었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2018)

 

드디어, 한국인 여주

일단 동양인 여자가 주인공을 맡은 하이틴 영화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2018년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부터 할리우드에서 동양계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지만 이 영화는 더 특별하다. 한국인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라 주인공 설정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친근하다. 미국 하이틴 영화를 보며 설렘을 느꼈던 많은 한국인 소녀들이여, 드디어 여자 주인공이 한국인인 시대가 도래했다.

요구르트가 한류의 미래다

물론 영화 내에서 한국어가 나온다던가 한국 문화가 많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주인공 가족의 딸들이 한국에서 살다 온게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 막내동생은 한국음식은 엉덩이 냄새가 난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한 건 짚은게 있다면, 바로 요구르트다.

영화 보면서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소위 ‘한류’라고 해서 비빔밥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한국 문화로 알리기에 열성이지만, 사실 진짜 한국인의 인생과 맞닿아 있으면서 한국적이고 특별한 것으로 요구르트만한게 있을까? 다섯 개 묶음에 빨대 꽂아서 혹은 앞니로 구멍 내서 먹던 그 요구르트 혹은 야쿠르트 말이다. Korean yogurt의 맛에 반한 피터는 스키여행에 갈때 라라와 먹으려고 저 멀리 K Mart까지 드라이브해서 요구르트를 사온다. 미국에서 K Mart는 대부분 변두리에 있고 멀었던 걸로 기억한다.

Food52나 Dailymeal 같이 미국의 식품 전문 매체들은 이 영화가 대히트를 침에 따라 한국 요구르트의 매출도 증대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NS 내 언급은 배로 늘었고 7% 가량 하락세를 보이던 재고율이 2.6% 증가했다고. ‘나만 알던 한국 요구르트가 이젠 품절이다’고 슬퍼하는 트윗도 보인다.

The Yogurt Drink in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Is Selling Out Everywhere

We Tried the Actual Korean Yogurt Drink From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Apparently when Peter speaks, the world listens.
분명한 것은 피터가 말하면, 세계가 듣는다.

라라 진, 왜 그래? – 답습되는 로코의 공식

가짜 연애 계약서에 라라 진과 피터 카빈스키는 같이 파티를 간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피터가 파티를 가자고 하자 절대 안간다고 우긴다. 심지어 처음에 “무슨 파티?”라고 하는 라라! 쪽지에 피터가 파티 얘기를 적었다고 하는걸 보아 쪽지를 안 읽었다는 것. 또한 가짜연애라는걸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라라는 비밀이라면서 남자사람친구한테 이야기하고… 스키여행 같이 가는것이 마지막 조항이었는데 말을 바꿔 친구가 가면 가겠다고 조건을 달더니 결국 가게 되자 피터의 옆자리에 안 앉기까지.

이런 점들이 내가 보면서 여주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이건 사실 로맨틱코미디 장르 여주인공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1) 일단 주인공은 선해야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착하다. 라라 진도 이해할 수 없을만큼 착하다(남친과 남친의 전여친이 나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한테 이건 엿듣는거니까 가자고 말한다고??!)

(2) 자기 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라라가 마음대로 규칙을 어기는 것처럼.

(3) 덤벙댄다. 백미러를 안보고 후진해서 피터를 죽일뻔한 라라!

(4) 지루하다. 여주인공들이 ‘평범하다’는 설정인건 괜찮지만, 저렇게 매력없고 재미없는 성격이라면 대체 남자가 어떻게 좋아하게 되는 걸까? 반드시 유쾌할 필요는 없지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 줘야 매력을 찾을 수 있는데 라라 진의 경우 귀엽긴 했지만 교내 인기남 피터가 사랑에 빠진다는 서사가 이해될 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라라 진의 성격이 현실적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depressing, boring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라라의 베프가 더 매력있다.

로코에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위트있고 이성적인 남자 그리고 재미없고 감정적인 여자’인건 질리는 설정일뿐 아니라 작가의 한계다. 보는 여자들로 하여금 ‘왜 저렇게 여주가 자기 맘대로야? 여자들은 저렇지 않다고!’ 하고 외치고 싶게 만든다. TATBILB에서도 그러한 로코 장르물의 공식이 답습되는 점은 아쉬웠다. 2편에서는 더 멋진 라라의 모습을 볼 수 있길.

여주 남주가 다했다

내 인생의 모든 짝사랑 상대들에게 러브레터들이 보내진다는 플롯 자체도 매력 있지만 나는 이 영화가 두 남녀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성공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하이틴 로코를 독점하면서 아메리칸 스윗하트로 무섭게 떠오른 노아 센티네오가 일단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었고 거기에 너무 예쁘고 깜찍한 라나 콘도르가 있었다. 원작 책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캐스팅이 정말 좋다. 둘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알게 된 신인이었는데 말이다.

 

원래 나이보다 훨씬 어린 배역을 주로 맡는 아시안 배우들의 특징상 라나 콘도르도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97이라서 깜짝 놀랐다! 두 배우의 앞날이 창창하다…

미국 고등학교, 세 딸, 그리고 한국인

(1) 16살의 나이로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양인 라라 진은 마찬가지로 16살의 나이에 미국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 시절에 이 영화가 나왔다면 훨~~~씬 재밌게 봤었을텐데.. 그 때는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국인’을 미디어에서 찾기 어려웠다. 이제는 하이틴 장르 보기에 좀 늙었다는 생각도 들고.?? 현실에 피터 같은 남자는 없었지만, 점심으로 먹던 서브웨이며 미니 캐럿을 지퍼백에 담아서 간식으로 먹는 모습 보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2) 딸 셋에, 큰 언니가 대학 가면서 둘째와 셋째만 남게 된 라라 진의 가족의 상황이 지금 우리 집과 똑같다. 장난꾸러기에 통통 튀고 약간은 철없는 막내의 모습까지도! 근데 첫째언니가 나와 다르게 굉장히 어른스럽다(너무 큰 차이점 아닙니까?).

(3) 라라 진이 항상 어질러져 있던 자기 방을 마침내 청소하는 장면은, 엄마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미련을 떨치고 인간 관계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는 심리 변화를 상징한다. 그냥 그거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라라 나이일 때 엄마아빠에게 주로 혼났던 이유는 내 방이 어질러져 있다는 거였는데, 라라 방보다 더럽지는 않았다. 방 더럽다고 혼나지 않았다는게 좀 부러웠음.

노아 센티네오는 그자체로 핫하기도 하지만 여자들이 설레는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짚어 낸다. 백포켓에 넣은 손 빼면서 핑그르르 돌리는 장면도 실제 전여친과 하던걸 그대로 애드리브한거라고 한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첫사랑 기억조작 미국 ver….

TATBILB를 한 단어로 정리하라면, 모두가 입소문에서 언급한 그 단어 ‘cute’라고 하고 싶다. 미국 고등학교 문화를 배경으로 최대한 써먹으면서 소녀 감성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사운드트랙에서도 2곡이나 건져서 너무 좋음. 시퀄이 나온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번에도 분명 대흥행 예상해봅니다. 영화관 갈 필요 없이 내 스마트폰 안에서 개봉할 후속작이 기다려진다.

Written by B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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