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실패 올리기
어제 수민이랑 저녁먹으면서 얘기했다. 인스타그램에 너무 이상적인 나, 성공한 나만 전시하는 것 같아서 가끔 현타 온다고. 올릴만한 콘텐츠를 선별하면서 자연스레 남이 보는 나를 의식하게 되고, 그 시선에 맞춰지는 것 같아서. 원래 나는 남의 시선도 의식 않고 마이웨이를 가던 사람인데. (나와 진짜 공통점이 많은) 수민이도 똑같이 느낀다고 했다.
저녁식사 후 집에 돌아와서 ‘실패하는 나도 나다’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메모했다. 메일함으로 들어가 인턴십, 행사 등등 불합격, 미선발 결과 메일을 캡처해 봤다. 몇 개 더 모아지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생각이다. 실험적인 콘텐츠다.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선의 작품 전시 같은 느낌으로. ㅋㅋㅋ 왜냐면, 실패하는 나도 나다. 생각대로 안 되는 순간도 다 내 인생이다.
근데 어쩌면 실패가 아닐지도?
사실 나는 실패해도 데미지가 0이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성격이라. “아, 내가 이부분은 솔직히 부족했는데 살짝 오버해서 지원했으니 떨어졌군”하고 바로 납득되거나 “이건 내가 안뽑힐리가 없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판단을 제대로 못했네”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실제로 취준/입시 등등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실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자리가 너무 적어서 탈락한다. 그러니 내가 진짜 부족했던 경우가 아니면(솔직히 스스로 판단 가능하지 않나) 자책할 이유가 1도 없다. 🤷♀️
그래서 다들 자잘한 불합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다. 우리 나이에 실패라고 해봤자 취업/인턴/알바 불합격 정도지 않나? 그건 실패라고 하기에 좀… 불합격=실패는 아니잖나. 쓰다보니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것들을 실패로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음, 내가 기획한 제품이 시장에서 매출이 하나도 안 나온다면 이 상품은 실패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근데 그게 또 나의 실패는 아니잖아?
[wpdiscuz-feedback id=”96cz5ky27n” question=”여러분이 생각하는 실패의 예시는 뭔가요?” opened=”0″]진짜 실패라고 할만한 게 뭐가 있지? 내가 어제 고기를 굽다가 태웠는데 그렇다면 나는 고기 굽기에 실패? 아니지 근데 또 탄 부분 잘라내고 잘 먹었는데…[/wpdiscuz-feedback]아니면 이런 사고방식도 있겠다. 나처럼 웬만한 일에는 ‘실패’라고 라벨링하지 않는 방식과 다르게, 오히려 실패라고 규정 짓되 그러면 어때서? 하는 마인드셋.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진짜 맞는 말이잖아. 모든 훌륭한 창조가 수많은 테스트의 결과물인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성공을 위한 수많은 시도일 뿐, 행복한 사고일 뿐.
성공도 실패도 내가 ‘시도’해서 생겼음을 잊지 말고, 시도한 나를 칭찬하자.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이미지를 올리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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