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처음 사용되었으니 우리가 최소 5년은 지겹게 들은 단어… “4차 산업혁명”. 그게 정확히 뭔데?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거 컴퓨터 정보기술 ㅇㅇ” 오케이, 근데 3차도 컴퓨터 아님? 4차 산업혁명은 뭐가 다른데? 실제로 3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정의한 사람은 4차가 아니라 3차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3차와 4차가 모호한 가운데, 1차와 2차는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지? 둘다 기계 아님? 그래서 나는 1~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아주 아주 쉽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다뤄 보기로 했다.
사실 세상은 꽤 단순했다. 지금처럼 얼굴도 모르는 농부가 재배한 쌀을 가공한 햇반을 로켓배송으로 받으며 5년 후 커리어를 위해 맥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직접 농사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세상이었다. 지금과 같은 세상이 되기까지 터닝 포인트가 몇 번 있었는데 그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기술이 너무 대박이라 우리는 ‘산업혁명’이라 부르기로 했다.
태초에 1차~3차 혁명이 있었다
- 제 1차 산업혁명(18세기, 1784): “증기”와 “기계화”
지금까지 인류는 물, 바람, 동물 같은 천연 자원을 썼다. 근데 어? 불(석탄)로 물을 끓이면 나오는 증기가 기차도 움직이고 기계도 돌리네?(열에너지→증기에너지로의 전환). 증기 엔진의 탄생이 그렇게 증기 기관차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70년대에 사라져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 증기 기관차 말이다(꼬마 기관차 토마스 상상하면 됨). 기차railroad가 생기니 무거운 철steel도 옮길 수 있게 되고, 철을 옮기니 기차 철로도 더 만들 수 있네. 이 무한루프로 철강 산업이 발전한다. “기계화mechanization“와 “수송transportation“의 시작이다. 이렇게 인류는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전환된다.
(물론, 유럽을 인류라고 퉁친다면 말이다. 한국은 이때 수원 화성 짓고 있었음. 왜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에서 혁명이 일어났는가? 영국에 석탄이 많이 묻혀 있어 영국 석탄이 쌌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기 엔진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가 스코틀랜드 사람임. 최대한 단순하게 쓰는중.)
- 제 2차 산업혁명(19세기-20세기 초, 1870): “전기”와 “대량생산”
1차 혁명을 통해 기계가 돌아가고 수송도 가능해졌다. 이는 정말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고 실제로 많은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명되었다. 실제로 2차 혁명은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의 발전 수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산업혁명으로 꼽힌다. 이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공학적 성과라고 불리는 건 역시 전기. 과학적 이론에 기초해 전기라는 에너지가 새롭게 사용되면서 공장에서 조립 라인assembly line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이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대량 생산 모델이 포드 모델 T인데, 헨리 포드 피셜 전기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라고ㅇㅇ.
포드 모델 T의 맥락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1차 혁명이 운송수단으로 증기기관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석탄가스로 돌아가는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이 출현한다(열에너지→기계에너지로의 전환). 여기서 석탄가스 대신 석유를 쓰면 그게 바로 자동차인데, 헨리 포드가 이 석유로 돌아가는 내연 기관을 대량 생산한거임. 이렇게 석탄보다 훨씬 효율 쩌는 석유가 산업용 에너지원으로 부상한다. 2차 혁명의 두 키워드인 석유, 전기는 대중적으로도 도입된다. 그리고 인류는 제1차 세계대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 제 3차 산업혁명(20세기, 1969): “컴퓨터”와 “생산성 증대=디지털화”
3차 산업혁명은 울 엄마가 세상에 나오신 1969년부터로 정의된다. 2차 산업혁명은 보통 1870년부터 세계 1차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으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그 사이(1914~1969)에 인류는 뭘 했을까? 싸웠다. 2차 혁명을 통해 대량생산으로 공급이 늘었으니 수요 즉 소비자도 늘리기 위해 자기 땅으로 만드려고 치고 받고 그렇게 세계 대전 1차, 2차가 지나갔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언급해야 할 것이, 산업 혁명은 사실 series of revolution, 다양한 사건이 결합하여 낳은 연쇄적인 발전이라서 이렇게 시기를 딱 끊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전신이 된 암호 해독기 ‘튜링 기계’는 2차 세계대전 전쟁 중에 발명되었다. 최초의 컴퓨터는 1940년대 중반에 발명되었다. 보편적으로 정의되는 타임라인의 갭을 설명한 것일 뿐, 저 시기에 어떠한 발전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 점을 꼭 이해하자.
그렇다면 1969년은 왜 3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정의되는가? 반도체의 등장과 반도체를 이용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프로그램 가능 논리 제어 장치)가 공장의 자동화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공장에서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아날로그→디지털로의 전환) 컴퓨터의 등장은 산업용 컴퓨터의 도입, 가정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이어졌다. 1989년에는 월드와이드웹(www)이 등장하면서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전세계를 연결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3차 산업혁명인가? 4차 산업혁명인가?
1차~3차까지 설명했으니 4차를 설명할 차례지만, 그 전에 지금이 아직도 3차인지 아닌지를 먼저 고민해 보자. 어차피 다 인간이(그것도 영향력 있는 1명이) 정의한 용어일 뿐이다. 일단 와이파이가 없으면 불안 증세를 느끼는 우리 세대까지 와버린 이상 아날로그→디지털 과도기는 지났다고 봐야겠지? 그러나 ‘3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정의한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3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그의 책 이름이었다)은 아직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래는 클라우드 슈밥의 ‘4차 산업혁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그의 원문.(출처)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 — the digital revolution — has yet to reach its vast potential, making it far too early to declare it over and done. It is possible that a new technology revolution, as powerful, expansive, and far-reaching in its impact on society as digitalization, will come along in the near or distant future, at which time we might affix the label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쉽게 정리하자면, 제레미 리프킨은, 지금 4차로 정의되는 사물인터넷 같은 신기술은 결국 디지털 혁명(3차)의 진화 과정이라고 본다. 그는 3차 디지털 혁명도 단순히 “컴퓨터, 인터넷”이라는 기술로 설명하지 않고 “수평적인 공유 경제”가 그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의 등장이라면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할 수는 없다는 입장임.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입장)
이 반대 입장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클라우스 슈밥.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이다. 그의 입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3차 혁명에 기초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생물-무생물간, 시공간 등등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이는 곧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다(“a fusion of technologies that is blurring the lines between the physical, digital, and biological spheres.”)
나는 개인적으로 제레미 리프킨의 의견이 더 맞다고 생각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도 훌륭한 관찰이며 또다른 접근 방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뭐, 어쨌든 널리 쓰이고 있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산업혁명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알아야 하는 이유와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기술들에 대해서 쓸까 한다. 마치며, 제레미 리프킨 본인이 1~3차 산업혁명을 너무 잘 설명한 VICE 다큐멘터리가 있어 소개한다.
GIPHY App Key not set. Please check set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