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글을 쓴다. 아니 나는 늘 글을 썼었지. 정확히 말하면 요즘은 글을 써서 친구들에게 쉐어한다. 보다 나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진짜 나를 소개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글은 모종의 이유로 영어로는 쓸 수 없다.
내가 만났던 샌프란시스코 남자들 중에 세 명을 아직도 생각한다. 세 명만을 아직도 생각한다. 내 오래전 남자친구는 ‘dreamy’라는 단어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처럼 썼었는데 나는 이 단어를 이 세 명에게만 쓸 수 있다. 내가 그 도시에 살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데이트에서 그치지 않고 사랑이란 걸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 셋의 이름은 윌, 루크, 잭인데 – 이 글을 영어로 쓸 수 없는 이유, 비록 그들이 볼 일이 없더라도 – 이렇게 한글로 적어 보니 무슨 영어 유치원에서 지어 줄 것 같은 전형적인 영어 이름이라 실소가 나온다. 7살의 김소희에게 20년 후 넌 잭이란 남자랑 데이트도 가고 그 남자를 좋아할 거야, 하고 말했다면 웃기겠지. 근데 뭐 해피엔딩은 아니야. 왜?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었거든.
몇 달이 지난 어느 랜덤한 새벽에 이렇게 아련해지는 이유는 내 생각에 – 내가 충분한 ‘관계의 애도’ 기간을 거치지 않아서 – 나이 스물일곱 먹고 나 그 남자애 되게 좋아했다고 어디 말하기도 부끄러워서 – 혼자 눈만 시뻘개지고 입 밖으로 아무 생각도 꺼내지 못해서.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텐데.”1
- 연극 <비평가>의 부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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